나 자신을 거둘 시간조차 허용하지 않는 사회, <내 발 아래>
제69회 베를린국제영화제 경쟁부문 초청작이자 제21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새로운 물결 섹션 상영작인 마리 크류처 감독의 영화 (2019)는 개인적인 상황이 사회의 지배적인 의식 체계와 부딪히면서 당사자가 어떻게 영향을 받는지, 그리고 이후의 삶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무엇보다 한 개인이 사회가 보내는 무언의 압박 때문에 자기 욕망과 비밀을 숨길 수밖에 없게 되면서 들어서게 된 불안정성의 단계와 그 후 단계를 특징적인 장면 배열, 숏의 지속시간에 변화를 주는 편집, 그리고 일부 인물과 관련된 설정을 활용해 감독이 목격한 여성이자 성 소수자로서의 삶을 영화적으로 이야기한다. ‘롤라(발레리 파흐너)’는 본인 발 아래 무엇이 있는지 모르는 인물로, 자기 자신을 대면하지도 못하는 시간의 연속을 살아간다. 외부인의 시..
2019. 10. 11. 17: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