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7. 14. 00:41ㆍ주목할 만한 시선
제72회 칸영화제 개막작으로 선보였던 짐 자무쉬 감독의 영화 <데드 돈 다이>는 좀비를 소재로 하지만, 전형적인 좀비 소재 영화와는 결이 다른 작품이다. 짐 자무쉬 감독의 첫 번째 코미디 영화로 알려진 <데드 돈 다이>는 솔직하게 말하자면 현대 문명사회가 처한 어두운 상황을 우습게 그려냈다. 이와 같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짐 자무쉬 감독이 그저 좀비를 영혼이 비어 가는 현대인을 가리키기 위한 하나의 메타포로 영화 안에 배치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오프닝 시퀀스에서 경찰 '클리프(빌 머레이)'와 '로니(아담 드라이버)'가 평화로워 보이지만 이상 현상이 감지되는 마을을 순찰하던 중 라디오 주파수를 맞추는데, 이때 컨트리 뮤지션 '스터길 심슨'이 만든 'The Dead Don't Die'가 흘러나오는 동시에 주파수 '9.11'가 익스트림 클로즈 업 숏으로 포착된다. 이는 가짜 뉴스에 쉽게 현혹되는 현대인을 지적한다. 여러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짐 자무쉬 감독이 밝혔듯이 <데드 돈 다이>는 특정 정권을 겨냥하는 정치적인 영화는 아니다. 하지만, 이 영화가 스마트 폰을 사용하는 현대인과 의도적으로 특정 사건을 연상시키는 라디오 주파수를 밀착해서 보여줌으로써 9∙11 테러가 일어났을 때, 그리고 미국이 벌인 이라크 전쟁을 벌였을 때 매체를 통해 퍼진 왜곡된 뉴스를 그대로 받아들였던 그 당시 군중과 2010년대 군중이 별반 다를 게 없음을 이야기한다.
게다가, <데드 돈 다이>는 소비주의를 우스꽝스럽게 지적한다. 깨어난 죽은 자들이 동네를 돌아다니며 사람들을 공격하는데, 주목해야 할 부분은 좀비들이 커피, 블루투스, 와이파이 등을 반복해서 말하며 움직인다는 것이다. 이는 노동력을 팔아 원하는 물질을 얻었지만 여전히 배고픔을 호소하는 영혼이 텅 빈 현대인을 상징한다. 과학기술 영역이 놀라울 정도로 급속히 발전하면서 현대인은 많은 영역을 체험할뿐더러, 원하는 상품을 쉽게 향유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현대사회에서 소비행위는 단순 행위가 아니라 정체성을 형성하고 드러내는 독특하면서 중요한 행위가 되었다. 그러나 영화는 이러한 행위가 제 기능을 하는 대신, 그저 누군가에게 뽐내는 행위에 그치면서 현대인은 소비만 할 줄 아는 존재로 전락하고 있음을 간접적으로 묘사한다.
영화를 집중해서 관람했다면, 영화 <데드 돈 다이>에는 오로지 '스터길 심슨'의 노래 'The Dead Don't Die'만 흘러나온다는 사실을 어렵지 않게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단 한 곡의 노래만 처음부터 끝까지 영화를 관통한다는 것은 가짜 뉴스에 쉽게 속고, 소비주의에 매몰된 채 살아가는 현대인의 이야기가 계속될 거라고 유희적으로 예견하는 장치로 해석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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