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뤽 고다르의 격렬한 해체와 콜라주, <이미지 북>

2019. 7. 22. 02:51주목할 만한 시선

누벨바그를 대표하는 감독 중 한 명이자 지금까지 활동 중인 감독 장 뤽 고다르에게 영화는 단순히 현실을 가정법적인 시공간에 재현하는 매체가 아니다. 그는 영화를 일종의 대체 언어로 여기며 지금까지 게을리하지 않고 자시만의 영화 문법과 언어를 개발하고 있다. 이와 동시에 장르에 구애받지 않고 그는 영화를 정치적으로 만들며 사회 문제, 특히 부패한 부르주아 시민사회와 서구 열강이 다른 국가의 문화를 자신들의 주류 문화에 예속시키려는 과정에서 발생한 폭력 문제를 꾸준히 논하고 있다. 근데, 20세기에서 21세기로 넘어 오면서 그의 대체 언어에 대한 탐구와 정치 사회적 담론은 더욱 심오해지는 동시에 근원적인 영역으로 회귀하고 있다. 영화 <언어와의 작별> (2013)의 연장선상에 놓여 있는 영화 <이미지 북> (2018)은 과거와 현재의 이미지 및 영상을 재료로 삼아 이미지 파편끼리의 충돌로 인해 피어나는 불씨에 중점을 둔다.

<이미지 북>에서 활용된 이미지와 영상은 장 뤽 고다르가 영화사에 있어 본인의 영화를 포함해 유의미하다고 생각하는 영화들의 장면들로, 그는 이미지의 해체와 콜라주 작업을 통해 완성된 새로운 형식으로 영화란 무엇인가?’오늘날 혁명은 진실한가?’를 묻는다. 사실, 그는 디지털 마스터링과 같은 예전 감독들의 작품을 복원하는 작업을 반갑게 여기는 감독은 아니다. 그가 멈추지 않고 새로운 영화 언어를 개발하는 모습에서 알 수 있듯이, 지금 만든 영화 형식이 시간이 지나면 더는 존재하지 않을 거라고 믿는다. 하지만, 그가 모순을 일으키면서까지 <이미지 북>을 만든 이유는 인간의 사유는 텍스트 이전에 꿈과 같은 시각적인 이미지에서 시작했다고 믿고 있으며 오늘날 방대하게 쏟아지고 있지만 폭력을 조성하는 텍스트의 무책임한 태도에 분노했기 때문이다.

엄연히 말하자면 장 뤽 고다르는 봉건적 사회경제체제를 무너뜨린 부르주아 혁명 이후 시대에서 오늘날까지 양산 중인 수많은 텍스트에 격노한 것이다. 부르주아 혁명은 봉건적 사회경제체제를 무너뜨린 후 자본주의적 사회경제체제로 도약하는 도화선으로 평가된다. 대개 많은 사람은 부르주아 혁명 덕분에 민중의 자유가 확립되었을 뿐만 아니라 자본주의 시대를 맞이할 수 있었다는 긍정적인 평가에 관심을 갖지만, 그는 이 혁명을 가짜 혁명이라고 주장한다. 그의 관점을 빌리자면 세계화로 인해 국가와 국가 간의 정치, 사회, 경제 등 관련 조약이 더 많이 체결되었으며, 더 나아가 정보화 시대를 맞이하면서 기하급수적으로 쏟아지는 텍스트들은 쉽게 혁명을 논하고 있다. 그러나 실상은 전 세계 권력자들은 주도권을 차지하기 위해 체결한 조약의 허점을 이용해 압박하거나 전쟁을 일으키려고 하고, 방대해진 텍스트들은 세계 곳곳에서 살생 당하는 민간인의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는 것이다.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장 뤽 고다르는 본인 영화를 포함해 영화사에서 중요한 영화들과 실제 전쟁 장면을 활용해 제1장 리메이크, 2장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야화, 3장 여행의 혼란스러운 바람 속에 레일 사이의 꽃들, 4장 법의 정신, 5장 중앙부, 총 다섯 개의 장을 완성한다. 다섯 개의 장 모두 의도적으로 프레임을 불분명하게 처리하고, 색조와 색조를 충돌시키고, 이미지의 크기를 분절되듯이 지속해서 조정한다. 더 나아가, 생전에 베르톨트 브레히트가 주장한 바를 계승해 장 뤽 고다르는 각 이미지가 갖는 독립성을 유지하면서 이미지와 이미지를 충돌시키는 방식으로 연결시킨다. 이런 과정에서 피어나는 불씨는 영화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이자 사회정치적 문제를 다루기 위한 시작점이다.

이미지와 이미지의 충돌로 일어난 불씨가 여러 온도와 색깔을 내포하고 있기에 관객은 이 불씨를 보며 각기 다른 온도와 색감을 상상해보고 표현할 수 있다. , 장 뤽 고다르는 이번 <이미지 북>을 통해서도 영화는 관객 앞에서 단순히 무언가를 재현하는 매체가 아니라, 무언가를 깊이 상상하고 사유할 수 있도록 이끄는 매체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게다가, 그는 평화를 말하지만 뒤에서는 피비린내를 진동시키는 텍스트와 달리 영화는 평온함과 폭력성을 있는 그대로 보여줄 수 있는 대체 언어라고 역설한다. 이미지만이 관객에게 불씨에서 느껴지는 따뜻함과 고통스러운 뜨거움을 동시에 진정으로 전달할 수 있으며, 관객이 이를 인지했을 때 비로소 다른 문화를 자신들의 문화로 종속시키려고 하는 강대국의 폭력과 남성이 여성에게 가하는 폭력의 역사를 논할 수 있을 거라고 믿는다. 따라서 <이미지 북>은 그의 주장과 믿음으로 완성된 에세이이자 세상을 향한 거장의 외침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