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영화가 그려낸 참혹한 뫼비우스의 띠: <나폴리: 작은 갱들의 도시> (2018) & <기름도둑> (2019)

2019. 7. 11. 17:30주목할 만한 시선

제69회 베를린국제영화제 각본상 수상작이자 제20회 전주국제영화제 개막작 <나폴리: 작은 갱들의 도시> (2018)와 제23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개막작 <기름도둑> (2019)은 약간의 차이만 있을 뿐 비슷한 이야기를 한다. 두 영화는 각각 이탈리아와 멕시코를 배경으로 삼았으며 10대 청소년을 중심으로 순수를 상실해 가는 현대 사회를 보여준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나폴리: 작은 갱들의 도시>는 작가 로베르토 사비아노의 동명 소설을 기반으로 하지만 나폴리의 현실을 투영하고, <기름도둑>은 국가 기관과 범죄 조직 간의 검은 관계와 더불어 멕시코 송유관 폭발사고를 토대로 잔혹한 성장담을 완성한다. 

두 영화는 핵심적인 측면에서 대단히 닮아 있지만, 접근 방식과 엔딩 시퀀스에서 차이점을 드러낸다. <나폴리: 작은 갱들의 도시>는 10대 청소년이 순수를 잃을 수밖에 없는 상황을 미시적인 관점에서 거시적 관점으로의 이동을 통해 묘사한다. 초반에 육체적으로나 내면적으로 미성숙한 티가 만연히 드러나는 청소년의 모습을 보여주다가, 이후 마피아 조직과의 접촉과 잦은 동선 변화를 매개로 청소년들이 점차 보편적이면서 비극적인 삶으로 이동하는 과정을 그려낸다. 아이들이 놓인 사회는 청소년의 잘못된 행동을 방관할 뿐만 아니라, 문제를 폭력으로 해결해도 괜찮다는 잘못된 메커니즘을 체화하게 유도한다. 

반면, <기름도둑>의 경우 거시적인 관점에서 미시적인 관점으로 이동해 비극적인 현실을 이야기한다. 우선, 야간에 기름을 훔치는 범죄가 발생하는 원인이 석유 국유화의 목적을 무시하고 국민 경제를 옥죄는 정부와 정부 기관과 결탁한 범죄 조직에 있음을 라디오나 텔레비전 뉴스를 수단으로 우회적으로 나타낸다. 그런 다음, 짝사랑하는 학급 친구의 마음을 얻기 위해 돈을 착실히 모으던 한 소년이 우연한 계기로 기름 도둑 일당에 가담하는 상황을 그려 낸다. 기름을 훔치는 일을 하며 아주 짧게 가장 행복한 순간을 맛 본 소년이 결국 참담한 운명을 맞이했음을 보여주기 위해 오로지 방황하는 개인의 모습을 비추는데 노력한다. 

엔딩 시퀀스의 경우 <나폴리: 작은 갱들의 도시>는 닮지 말았어야 할 어른의 모습이 얼굴에 비친 채로 도로를 질주하는 주인공과 그의 무리를 그려 내며 끝난다. 열린 결말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어른들의 폭력성이 스며든 10대 청소년의 외관이 폭력적인 삶에서 벗어나기에 많이 늦었음을 체념한 태도와 결합하며 검은 늪에서 헤어날 수 없는 미래를 암시한다고 볼 수 있다. 이와 달리, <기름도둑>은 방황하던 중 위치가 불분명한 어느 황량한 장소에서 외롭게 비극적인 운명을 맞이하는 주인공을 담아내며 끝맺음을 한다. 오직 모래가 흩날리는 곳에서 들려오는 공허한 소리는 <나폴리: 작은 갱들의 도시>와는 다른 애달픔을 일으킨다.

닮은 두 영화가 궁극적으로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는 이런 상황은 특정 국가의 청소년에게만 해당하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두 영화 모두 거시적 관점과 미시적 관점을 활용함으로써 사회의 어두운 면을 깨달은 후 맞이하는 운명만 다를 뿐이지 이와 같은 상황이 오늘날 세계 곳곳 어디서나 뫼비우스의 띠처럼 끝없이 반복되고 있음을 역설한다고 말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