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간 감독의 <지구 최후의 밤> (地球最后的夜晚, 2018)

2019. 8. 9. 17:15짧게라도 남기고 싶은 영화

제71회 칸영화제 주목할만한 시선 부문에 초청받았던 영화 <지구 최후의 밤> (2018)은 이전 세대의 사회주의적 리얼리즘에서 벗어나 인간의 정신적 영역을 탐험하는 육체적 영역을 표현하기 위한 비간 감독 고민의 결과물이다. <지구 최후의 밤>은 1부와 2부로 나뉘어 시간, 공간, 꿈, 기억 등이 모호하게 혼재되어 있다. 근데, 이 영화의 특징은 어느 부분이 현실의 영역을 다루고 꿈과 기억이 혼재된 영역을 이야기하는지 파악하려고 계속 애쓸수록 인지적 정체나 오류에 갇히게 된다는 점이다. 다르게 말하자면, <지구 최후의 밤>은 현실인 영역과 현실이 아닌 영역을 구분해 완성하는 퍼즐이 아니다. 어쩌면 1부와 2부 모두 꿈일 수도 있다.

배우 탕웨이가 연기한 두 여인을 중심으로 본다면, 1부는 고향 카일리로 돌아온 남자 '뤄홍우(황각)'의 기억에 관한 꿈을, 2부는 그의 상상에 대한 꿈을 펼쳐놓은 거로 볼 수 있다. 하나의 시공간에서 또 다른 시공간으로 이동하며 부모와의 관계나 과거의 경험에 생긴 공백이 점차 채워지는 과정 자체가 심리적 안정감을 형성하는데 기여한다. 게다가, 58분 동안 롱테이크로만 펼쳐지는 2부는 1부보다 육체적 움직임 강도를 끌어올림으로써 정신적 영역을 탐험하며 잃어버린 감각을 회복하는 영화적 체험을 가능하게 한다. <지구 최후의 밤>에서 제공한 정신적 영역에 생긴 공백을 메우고 무디어진 육체적 감각을 회복하는 체험이 누군가에게는 애틋함과 위안으로 기억되지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