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크 타티 감독의 <트래픽> (Trafic, 1971)

2019. 8. 9. 17:05짧게라도 남기고 싶은 영화

자크 타티 감독은 항상 이미지로 대화하는 방식을 통해 영화를 완성했다. 본인이 직접 '윌로 씨'라는 캐릭터를 만들어내서 그의 큰 키, 타조를 연상케 하는 걸음걸이, 수많은 곡선을 그려내는 동선 등을 모든 이미지에 침투해 질서를 파괴하고 씁쓸함이 공존한 웃음을 유발했다. 근데, 자크 타티 감독의 필모그래피에서 눈여겨봐야 할 두 작품은 영화 <플레이타임> (1967)과 <트래픽> (1971)이다. 9년 만에 완성한 70mm 필름영화 <플레이타임> (1967)이 평단으로부터 찬사를 받았지만 대중적으로 실패하면서 자크 타티 감독은 엄청난 빚더미에 앉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이후 은퇴할 때까지 영화 두 편밖에 만들지 못했다. 본인의 영화 스타일을 유지하는 게 어려운 상황인데 자크 타티 감독은 현실에 굴복하지 않고 도전을 이어갔다. 조명하는 대상의 범위를 넓히면 특유의 리듬감과 웃음을 유발하는 메커니즘에서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지만, 자크 타티 감독은 그런 우려를 일축해 버렸다. 

편리성과 물질성에 잠식된 부르주아의 개인적 삶을 조명한 <플레이타임>과 달리 <트래픽>에서 소비자본주의 속에서 주체성을 잃은 사회 전반에 초점을 두면서도 이전 작품들에서 보여준 특징과 장점을 하나도 잃지 않았다. 오히려, 자크 타티 감독은 여기에 안주하지 않고 이미지를 구성하는 소재의 분해와 통합의 작업을 하는, 또 다른 실험적인 정신을 선보였다. 사거리에서 교통사고가 일어났을 때 갑자기 분해된 자동차 부품들이 ‘윌로 씨’가 만들어낸 무질서적 상황에 합류해 소비자본주의에 매몰된 사회를 시청각적 이미지로 그려냈다. 또한, 교통체증으로 차 안에 갇힌 사람들의 모습과 교통사고로 인해 분노하는 사람들의 모습은 도로 위에 드러나는데, 이는 자주적인 성질을 잃은 군상을 시각적 화음으로 표현한 것처럼 나타났다. 이와 같은 이미지 분해와 통합의 절정은 영화의 마무리와 함께 찾아왔다. 주차장 내 발생한 사고와 폭우로 인해 경계가 사라진 도로와 인도는 질서를 상실한 여러 기하학적인 동선으로 재통합되며 답답한 현실을 이미지로 대변하는 성취를 일궈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