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로 소환된 지킬 앤 하이드 <미세스 하이드>

2019. 9. 16. 19:00주목할 만한 시선

세르쥬 보종 감독이 연출한 <미세스 하이드>는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스 작가의 '지킬 박사와 하이드'를 모티프로 삼고 있으며, 원작의 어둡고 무거운 분위기가 아닌 하늘색 계열의 파스텔톤 분위기를 가지고 있다. <미세스 하이드>는 '미세스 지킬', '말릭', 그리고 '미세스 하이드' 총 세 개 장으로 구성되었고, 독특한 설정을 바탕으로 주제 의식을 그려내는 매력을 가지고 있다. 이 영화에서 남성 캐릭터에서 여성 캐릭터로, 과학자에서 교사로, 그리고 인간의 이중성에서 두 가지 요소의 상호작용으로 바뀐 설정을 확인할 수 있다. 파리의 한 고등학교 기술계열 반에서 물리를 가르치는 교사 미세스 지킬(이자벨 위페르)은 연구실에서 혼자서 실험을 하던 도중 전기 충격으로 인한 몸의 변화 때문에 미세스 하이드가 되는데, 이 캐릭터를 중심으로 프랑스 교육 현장의 문제가 다뤄진다. 그러나, 교육 제도만 다를 뿐이지 <미세스 하이드>를 보면서 프랑스 교육 현장에 한정 짓지 않고 전반적인 학교 사회 문제에 대해 고민해볼 수 있게 된다.

<미세스 하이드>의 독특한 인물 설정에 대하여

특정 장면 전후로 학교 현장의 문제와 이상적인 모습을 확인할 수 있는데 세르쥬 보종 감독은 그 기준을 인물에게 맡긴다. 미세스 지킬은 학생들이 미성숙하다고 판단하여 물리 과목을 오로지 지식 습득을 위한 교육 방식으로 가르치고, 이와 같은 교수 방법에 지루함을 느끼는 학생들은 그녀를 조롱하고 무시한다. 반복되는 하루 때문에 짜증 나고 심적으로 지친 그녀는 소심한 성격 때문에 학생들 앞에서 화를 내지 못하고 쓰레기 더미에 숨어 소리를 지르는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그러나, 실험 도중 받은 전기 충격으로 미세스 하이드가 된 그녀는 이전과 다른 열정적인 교사가 되었다. 우선, 일방적인 교사 중심 수업에서 학생 중심 수업으로 전환했고 학생에게 과업(Task)을 던지고 서로 질문하고 이의 제기함으로써 결과물을 이끌어낼 수 있도록 학생들을 격려한다. 심지어, 학생들의 괴롭힘으로 힘들어하는 교생의 마음을 달래주는 따뜻한 면을 보여주기도 한다. 이와 같은 교사의 변화는 교육 현실에 관한 문제 제기라는 주제 의식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고 일맥상통한다. 물론, 밤이 되면 자신의 눈앞에 있는 동물 혹은 사람들을 불태워버리는 불덩이가 되는 설정은 엉뚱하고 당혹스럽게 다가오지만, 몸 일부가 실룩거리고 무표정의 얼굴에서 감지되는 섬세한 표정 변화를 연기한 이자벨 위페르 배우 덕분에 이 설정마저도 납득이 된다.  

<미세스 하이드>에서 발견할 수 있는 학교 문제와 이상적인 모습

우선, 미세스 지킬이었을 때 영화는 학교 현장에서 발견되는 교사 문제와 학생 문제를 제기한다. 교사가 저지르는 문제는 크게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 번째는 일방적인 이론 전달 교수 방식이다. 사실, 이론을 가르친다는 것은 잘못된 게 아니지만, 문제가 되는 이유는 학생들의 인지 발달 수준을 간과하거나 과소평가함으로써 실습보다 지식 전달이 우선이라는 교사의 잘못된 편견이 확인되기 때문이다. 오로지 이론만 전달하는 수업은 학생들의 동기부여를 떨어뜨릴뿐더러, 실습이 아닌 시험으로만 학생들의 수업 이해를 확인하는 방법은 정보가 단기 기억 장치에서 처리되지만 장기 기억 장치로 보내지지 않기 때문에 최종적으로 지식 습득이 되지 않는 문제를 일으킨다. 두 번째는 계열로 학생들을 판단하는 교사들의 태도다. 교장(로망 뒤리스)은 하이드가 된 지킬이 수업 시간에 학생들에게 조별 과제를 부여하려고 하자 교육부가 기술계 교실의 조별 과제를 금지했으니 하지 말라고 화를 내며 반대한다. 그러면서, 그는 기술계 학생들은 인문계 학생들과 달리 지능이 떨어지지 않느냐는 말을 내뱉는다. 단지 이건 교장의 문제가 아니라, 여전히 존재하는 학생들의 수준과 능력을 고등학교 계열로 판단하는 사회적 인식 및 풍토이기도 하다. 세 번째는 학교 행정적인 절차에 대한 교사의 잘못된 태도다. 미세스 지킬은 수업 시간에 말릭이 끊임없이 괴롭히자 퇴학시키자고 교장에게 부탁한다. 그런데, 교장은 학생의 퇴학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서는 징계위원회부터 열어야 하는 행정적인 번거로움 때문에 거절한다. 게다가, 한 번 징계위원회를 열게 되면 학교가 시끄러워지기 때문에 교장은 완벽한 학교 분위기 추구라는 명분을 내세우는 교사로서 무책임한 태도를 보인다.    

반면, 학생이 범하는 문제도 크게 세 가지로 생각해 볼 수 있다. 첫 번째는 교내 왕따 문제다. '말릭'은 또래 친구들과 어울리기 위해 랩 연습을 하고, 관심을 끌기 위해 수염을 기르기거나 수업 시간에게 교사에게 반항하면서 또래 친구들의 반응을 즐긴다. 그러나 다리가 불편한 말릭은 교실 이외 나머지 학교 공간에서 친구들의 좋지 않은 시선을 받는다. 친구들은 말릭에게 접근하기보다 멀리서 쑥덕거리면서 뒤에서 은근히 따돌림의 시선으로 그를 지켜본다. 이를 통해 타인과 나 사이의 다름을 인정하지 않고 틀림의 시선으로 친구를 따돌리는 학생들의 문제가 여전히 근절되지 않았음을 이야기한다. 두 번째는 학교 밖에서 발생하는 폭력 문제다. 학교 밖 폭력 사건이 증가하게 되면서 학교 폭력 문제는 학교 내로 한정 짓지 않는다. 영화에서 말릭은 밤이 되면 놀이터에서 랩을 하는 친구들과 어울리려고 하는데, 그 친구들을 말릭을 비아냥거릴 뿐만 아니라 나중에는 물리적 폭력을 가하기까지 한다. 불덩이가 된 미세스 하이드를 학교 밖 폭력 장소에 끌어들임으로써 사회는 학교 밖에서 벌어지는 폭력에도 막대한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세 번째는 교권 침해 문제다. 학생들은 교사를 여러 형태로 괴롭힌다. 교사의 수업 방식에 불만이 있으면 정중하게 문제 제기를 하면 되지만 학생들은 아예 교사를 얄밉게 빈정거리면서 자꾸 놀린다. 게다가, 교사가 혼내자 학생들은 조롱으로 맞받아치고 수업 진행을 방해한다. 학교 교육에서 인성 및 예절 교육이 괄시를 받으면서 점차 타인을 존중하지 않은 학생들의 수가 점차 증가했고 결국 교권 침해 문제로까지 이어진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미세스 지킬이 하이드가 되었을 때 이상적인 교육 현장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하이드가 된 그녀가 학급 문제아인 말릭을 자신의 연구실로 따로 부르는 장면이 있다. 그녀는 말릭에게 좌표 평면 위 두 점의 최소 거리 문제를 준다. 말릭이 어려워하더라도 그녀는 바로 정답을 알려주지 않는 대신 학생이 직접 문제 풀이 과정을 생각해 보고 답을 도출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개인 교습이지만 이 장면을 통해 교사 중심 수업(Teacher-centered instruction)이 아닌 학습자 중심 수업(Learner-centered instruction)의 필요성이 부각된다. 더 나아가, 이 영화는 교육 현장에 과업 중심 교수법(Task-based instruction, TBI)의 필요성을 전달한다. 미세스 하이드는 학생들에게 '패러데이 새장 실험'이라는 조별 과제를 부여한다. 누군가는 자신들이 만든 패러데이 새장 안에 들어가 직접 체험을 해보기도 하고, 다른 학생들은 실험이 진행된 이후 자기들끼리 가설을 설정하고 반박하는 토론을 이끌어간다. 두 가지 교수 방법은 학생들의 동기 부여를 살리고 효과적인 정보 습득을 도울 수 있다는 점에서 우리가 눈여겨봐야 한다.

미세스 지킬의 마지막 수업 내용 '상호작용'이 보내는 메시지는?

그녀는 더 이상 학생들에게 멸시받는 교사가 아닌 존중을 받는 교사가 되었지만, 어느 날 그녀는 자기 자신을 통제하지 못하고 밤에만 보이는 불덩이 모습의 미세스 하이드를 낮에 말릭에게 보이면서 화상을 입힌다. 자신이 아끼던 학생이 자신 때문에 다치자 그녀는 하이드에서 지킬로 돌아오고 경찰에게 자진 신고한다. 경찰이 자기를 체포하러 오기 전, 그녀는 키 성장에 미치는 유전적인 요인과 환경적인 요인을 예시로 학생들에게 '상호작용(Interaction)'의 정의를 가르친다. 그녀는 두 가지 요소가 상호의 영향으로 하나의 결과물이 되었을 때 어떤 요소가 결과물에 더 큰 영향을 미쳤는지 알 수 없는 게 상호작용이라고 강조한다. 이 정의는 영화가 교육 현실에 전달하려는 메시지로 읽히게 된다. 학생들의 수준과 능력은 출신 배경이라는 유전적인 요인과 교육 환경이라는 환경적인 요인의 상호작용으로 인해 형성되고 발달된다. 출신 배경이 좋지 않더라도 좋은 교육 환경에서 질 높은 수업이 진행된다면 학생들은 꾸준히 발전할 가능성을 가질 수 있다. 다만, 질 높은 교육은 교사 혼자만의 노력으로 이뤄질 수 없다. 질 높은 교육은 교사가 학생들의 참여도를 높이는 수업 방식은 고안하고 마련했을 때, 그리고 학생들이 적극적으로 수업 활동에 참여했을 때 가능해지는 상호작용의 결과물이다. 결국, 혼신을 다하면서 꺼낸 상호작용 이야기를 한 그녀는 학생들에게 좋은 교육 환경에서 수업을 받는다면 성장할 수 있다는 격려를 하는 동시에 그런 환경은 교사 혼자의 힘만으로 조성될 수 없기에 같이 노력하기를 당부하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던 게 아닐까 싶다. 그래서 학생들이 흘리는 눈물은 그녀의 메시지를 이해했다는 증거라고 볼 수 있으면서도, 회상에서 회복한 뒤 전학을 간 말릭이 교사와 학급 친구들의 비웃음에도 굴하지 않고 그녀를 향한 감사함을 표현한 거라고 생각한다.

다소 튀는 <미세스 하이드>의 재해석과 설정은 일부 관객들에게 난해하게 다가올 수 있다. 그러나, 이자벨 위페르 배우가 갖고 있는 특유의 무표정한 얼굴에서 일어나는 미묘한 표정 변화를 천천히 따라가면서 읽다 보면 미세스 지킬과 미세스 하이드가 우리 앞에 가까이 다가온 것 같은 영화적 경험을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인물을 통해 교육 현실의 문제를 고민해보는 동시에 해결 방안을 모색해보는 기회를 가질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리고, 불에 타오르는 학교 장면이 시사하는 바를 생각하면서 영화의 여운을 느낄 수 있다. 과연 불에 타오르는 학교가 구시대적인 교육 방식과의 작별을 의미하는 것인지, 제기된 교육 문제들을 태워버리겠다는 의지가 담긴 소망인지, 혹은 다른 것을 의미하는 것인지는 각자의 생각에 달려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