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정과 집착 사이, 그리고 존경과 질투 사이 속 방황이 이끌어낸 질문 <나의 작은 시인에게>

2019. 8. 29. 09:00주목할 만한 시선

사라 코랑겔로 감독의 <킨더가튼 티처> (The Kindergarten Teacher, 2018)는 제34회 선댄스영화제에서 미국 드라마 부문 감독상을 받았고,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는 월드 시네마 섹션에서 상영되었다. 과소평가받는 배우 중 한 명인 매기 질렌할이 <프랭크> (2014) 이후 오랜만에 영화에 출연했기 때문에 <킨더가튼 티처>는 주목할 수밖에 없는 영화다.. 매기 질렌할이 연기한 ‘리사’라는 인물은 유치원 선생님이며 매일 반복되는 생활에 지루함을 느낄 뿐만 아니라, 집에서는 같은 공간에 있어도 자신을 투명인간처럼 대하는 아들과 딸 때문에 소외감을 느낀다. 그런 그녀에게 유일한 해방구는 평생교육원에서 진행하는 ‘시 수업’이다. 사실 리사는 창작에 대한 열망을 갖고 있지만, 본인의 의욕과 기대와 달리 그녀가 발표한 시는 좋지 않은 평가만 받는다. 그녀는 자신의 시에 담긴 메타포가 너무 공식에 박힌 것처럼 뻔하고, 본인의 삶이 시적 화자에 투영되지 않다는 평에 좌절감을 느낀다.

어느 날 자신의 학급에서 시를 창작해서 읊는 한 소년을 발견하는데, 그녀는 시를 듣자마자 이 소년이 시에 천부적인 소질을 지니고 있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알아챈다. 그래서 리사는 아이의 재능을 지켜주고 싶어서 애정으로 챙기기 시작한다. 리사의 의도는 분명 순수한 마음에서 기인한 것이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그녀가 애정과 집착 사이, 그리고 아이를 향한 존경과 질투 사이에서 소년을 보살피게 된다. 근데, 문제는 리사 본인이 애정과 집착, 존경과 질투를 구분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아마도 리사가 그동안 창작에 대한 고민과 교육적인 대화가 오고 가는 유토피아를 꿈꾸고 있었는데, 지금까지 실현되지 않다가 이 소년이 자신의 유토피아를 실현해줄 희망이 되자 무리하게 아이에게 달라붙은 것으로 보인다. 영화는 이와 같은 상황 대단히 복잡 미묘하게 풀어낸다.

그런데, 아이의 부모를 속이고 데려온 시 낭독회 자리에서 리사는 지금까지 인지하지 못하던 본인의 내적 혼란을 잠깐 마주한다. 낭독회에서 소년은 본인의 시에 등장하는 ‘애나’라는 인물이 자신이 아닌 다른 선생님이라고 말하자 감정이 격해진 리사는 화장실에서 운다. 그러나 리사는 애써 '애나'가 자신일 수도 있다고 믿고, 이 미련을 끝까지 놓지 않는다. 게다가, 그녀는 거울을 쳐다보는데 일반적인 거울 이미지 활용법을 고려한다면 그녀는 자신이 이렇게까지 하는 원인에는 애정, 존경, 집착 그리고 질투 등이 있음을 인지하고 있지만, 자신이 그토록 바라던 이상향이기에 본인이 '애나'가 될 수 없는 현실을 부정한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후반부에 그녀가 거울 속 자기 모습을 쳐다보는 장면이 나온다. 그러나, 이번 거울 이미지는 이전에 나온 것과 달리 이성적인 판단 능력을 상실한 그녀의 상황을 표현한다. 리사는 자신의 얼굴을 쳐다보고 있지만 소년을 향한 자신의 모든 감정과 태도를 계속 합리화를 해온 나머지 자신이 앞으로 소년에게 하게 될 행동이 심각한 범죄에 해당한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한다.

리사는 다른 유치원으로 옮긴 소년을 몰래 데리고 어디론가 향한다. 본인은 끝까지 아이를 위한 옳은 선택이라고 굳건히 믿는다. 그런데, 아이는 수영을 하다가 갑자기 의미심장한 시 한 편을 창작해서 리사에게 들려준다. 그리고 모텔로 돌아왔을 때 소년은 선생님을 위한 선택을 한다. 왜냐하면 소년은 리사를 두려워하지만, 이와 동시에 존경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영화는 복잡 미묘한 느낌을 더 강화하며 마무리된다. 엔딩 속 아이의 모습은 제3자가 리사를 쉽게 판단하지 못하게 만들면서도, 리사의 집착 때문에 오히려 아이의 재능이 기계화된 게 아닐까 하는 걱정을 낳는다.